인간은 물질인가? 아니다. 보통 인간은 물질이라고 표현되지 않는다. 물질의 물질성이 인간에게는 내재하지 않는다. 한때 철학에서 인간의 의식을 물질로 보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인간의 그 어떤 것도 물질로 규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인간의 몸속으로 물질이 들어오게 되는 경우는 많다. 사고를 당한 뒤 보조기를 착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인공 와우를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치아 교정이나 임플란트를 함으로써 외부의 물질이 인체에 포함되는 경우는 더 흔하다. 인간은 물질이 아니지만 결코 물질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다. 스마트폰이 없다면 어떨까. 하루이틀 정도의 시간이라면 모를까, 스마트폰이 없는 상태에서 인간의 삶은 영위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은 다양한 물질들로 구성된 하나의 세계이다. 만약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물질이 존재하지 않거나, 발견되지 않았다면 인간과 지금의 이 세계는 어떠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바닷가 모래밭을 무심코 걸을 때가 있다. 우리는 거기에서 주로 모래밭보다는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에도 물질성이 가득하긴 하지만) 하지만 시선을 거두어 모래밭을 상상해보자. 그 모래에서 비롯된 게 반도체다. 반도체가 인공지능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래로부터 인공지능의 미래가 시작된 거라면 믿을 수 있는가. 믿음 이전이 상상이라면 내겐 그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골방에 처박혀 시집이나 소설집을 읽는 데 몰두했을 뿐 그 책의 물질성에 대해, 그리고 그 물질성의 근원에 대해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2차전지나 재생에너지의 시작은 리튬이나 구리, 철이었다. 지금의 문명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던 물질들의 도정이었던 것이다.
소금이나 석유는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이 물질은 아니지만 물질을 관장하는 주체로서 세계의 모든 물질성을 탐구해왔고 그리하여 지금의 세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광일고등학교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이 세계와 인류의 문명의 역사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시각을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