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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배우는 시간(코르넬리아 토프)

iryeong 24-08-08 05:57 ( 조회 130 )

 말은 해야 맛이라고 했다. 말은 맛있다. 맛있는 말들이 많다. 오랫동안 호감을 갖고 있던 친구에게 무심하게 이런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나는 네가 좋다, 오늘은 더 근사해 보인다.

 맛있는 말은 멋있는 말이다. 멋진 말들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말들을 매번 할 수 없다. 너무 많이 하면 말의 맛은 사라진다. 말하는 사이, 간격이 필요하다.

 ‘침묵을 배우는 시간에서 가르쳐주는 침묵이 언제나 옳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코르넬리아 토프는 말의 시간과 힘, 그리고 방법에 대해 상당한 지혜를 가르쳐준다. 토프에게 말의 시간과 힘과 방법이란 대개 침묵으로 귀결되는 문제이다. 생각해보자. 얼마나 많은 말들이 쏟아지고 있는가. 우리가 모두 귀담아들을 수 없을 정도이다. 말하는 사람은 또 어떤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토프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지적한다.

 

 

 우리가 점점 침묵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관종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어떻게든 엄마의 관심을 끌려는 어린아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끊임없이 말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린다.

 

 

 개인적으로 관종이라는 말을 싫어하지 않는다.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마음이고 관심을 표현하는 일은 인간 모두에게 주어진 책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매 순간마다 필요하지 않다.

 

 매 순간 흔들려도 우아하게, 치밀어 오르는 천 가지 말을 꾹 눌러 참을 줄 아는 것. 정말 필요한 때를 기다려 그 말을 전할 줄 알게 되는 것.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침묵은 말의 깊이를 더한다. 때론 말을 대신할 수 있고 말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그것은 메를로 퐁티는 말한 말하지 않음으로 말하는 것의 가치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토프는 말을 하려면 침묵보다 더 가치 있는 말을 하라고 당부한다. 말과 침묵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말이 있을 것이다.

 봄은 움으로 말한다. 말이 되기 전의 모든 말들은 모두 거기에 있다. 여름은 맹렬한 볕으로 말하고 가을은 무성히 물드는 시간으로, 겨울은 동면 아래 묻힌 울음으로 말한다. 계절마다 부리는 언어가 있고 그 언어들은 말보다는 침묵에 가까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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