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은 본래 개인과 개인 간 사적 관계(보통 고용 관계의 계약을 통한), 또는 가족 관계 내에서만 이뤄지는 행위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재 돌봄은 사적, 친족적 관계 내에서만 행해지는 게 아니라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화되어 있다.
돌봄을 받는, 이른바 돌봄의 수혜자가 있다면 돌봄의 제공자가 있다, 돌봄을 받을 권리는 사회적 권리이지만 돌봄이라는 것은 그 수혜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게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돌봄 제공자에게 맞춰진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돌봄을 받는 사람들’이 아닌 ‘돌봄을 주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기관)의 선의와 선행은 정갈하게 포장되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이 단적으로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돌봄을 받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왜 돌봄을 받아야 하는지, 돌봄 이후 그들의 생존권은 어떻게 존속될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돌봄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의적절한 돌봄이 제공되는 데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이 사회가 외면하지 않고 함께해주고 있다는 연대 의지를 주는 데 있다. 그리하여 그들 스스로 돌봄 이후의 삶을 모색할 수 있는 희망과 의지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돌봄의 수혜자는 여전히 수동적 존재이다. 돌봄의 수혜자는 수동적 존재이고 돌봄의 제공자는 능동적 존재로 여겨지고 그 역할에 대한 인식은 고착화된다. 그리하여 역할 주체에 대한 편견이 발생하는 것이다. 돌봄의 문제에 관한 대토론이나 사적 담화에서는 돌봄의 제공자의 입장과 상황에서 돌봄에 관한 담론이 출발한다. 돌봄의 제공자의 입장과 상황에서 그들의 시혜의식이 강조되고 돌봄 수혜자들의 열악한 삶과 형편은 그저 ‘힘들다’, ‘빈곤하다’ 정도로 보편화된다. 그것은 불평등이다.
돌봄 수혜자들만 ‘받는’ 게 아니다. 돌봄 제공자들도 돌봄의 수혜자들로부터 받는 것이 분명히 있다. 과연 그들이 무엇을 받는지, 진정한 돌봄이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이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보길 바란다. 특히 의료, 간호 분야, 사회, 교육, 복지 분야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